대세로 자리 잡은 무선 마이크와 디지털 음향 시스템의 허상을 짚어본다. 마포의 번화가를 메운 수많은 노래 공간들이 최신 기기 도입만을 자랑하지만, 전파 간섭과 압축된 음질로 인해 목소리의 본질이 왜곡되는 현상을 간과하고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무선이라는 편리함에 취해 정작 소리의 깊이를 잃어버린 요즘 노래방들의 행태는 가볍기 짝이 없다. 오히려 마포 외곽 골목에 묵묵히 자리한 구형 유선 마이크 시스템을 갖춘 공간들이 진짜 소리를 아는 이들에게는 숨은 보석 같은 평점을 받는 이유다.
왜 굳이 줄이 꼬이고 거추장스러운 유선 기기를 고집하는 곳을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기계적인 신호 전달력 측면에서 선을 타고 흐르는 전류의 안정성은 무선 전파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마포의 오래된 노래방 건물 위층이나 지하 구석에서 만날 수 있는 무겁고 투박한 마이크들은 고음역대에서 찢어지는 소리 없이 단단한 저음을 정직하게 앰프로 전달한다. 최첨단이라는 미명 아래 지나치게 에코를 먹여 음치조차 가수처럼 들리게 만드는 보정 기술에 지친 이들이라면, 가창자의 호흡과 미세한 떨림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이 둔탁한 장비의 가치를 금방 눈치챌 것이다.
공간의 울림 또한 철저히 계산된 옛 방식을 따른다. 화려한 유리와 대리석으로 사방을 도배해 소리가 난반사되는 요즘 매장들과 달리, 과거 마포의 정통 노래방들은 패브릭 소파와 두꺼운 방음벽 벽지를 사용하여 불필요한 공명을 흡수한다. 소리를 무조건 크게 키워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와 반주가 뭉개지지 않고 적절한 비율로 섞이도록 설계된 구조다. 화려한 조명 연출에 신경 쓸 시간에 스피커의 각도와 방 크기에 따른 소리 도달 시간을 한 번 더 점검하는 고집스러운 업주들의 장인 정신이 여기에 숨어 있다.
유행을 쫓아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지는 프랜차이즈 매장들 틈바구니에서 이런 정통적인 음향 설계를 유지하는 마포의 명소들은 점수로 따지자면 최상위 등급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록 세련된 무인 결제기나 화려한 대형 화면은 없을지언정, 소리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하는 집착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유행에 휩쓸려 무작정 크고 깨끗해 보이는 곳만 찾아다니는 행태에서 벗어나, 진짜 소리의 뼈대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투박한 유선 마이크가 놓인 마포의 오래된 노래방 문을 열어보는 것이 훌륭한 대안이 된다. 편리함과 타협하지 않은 진짜 음악적 공간은 멀지 않은 곳에 늘 존재해 왔다.